아키바 3
다음 날 방과후, 레이나는 카즈네와 함께 아키바 거리를 걷고 있다.
“있지, 카즈네 쨩이 부원을 권유한다니……. 어디로 가는 거야?”
“라이브 하우스야. 아이돌 라이브를 전문으로 하는 곳인데.”
“아이돌?”
“아이돌이라 해서 전국 방방곡곡 다니며 활동하는 그런 게 아니라, 한 지역에서만 활동한다고 해야 할까? 우리 소토칸다는 문예 고등학교인 만큼 문예, 미술쪽에는 강하지만 음악에는 약해. 그렇지만 아이돌 쪽에는 충실해서 활동할 장소가 많거든. 앞으로 갈 곳도 동아리 활동에 쓰이기는 한데. 아. 여기야.”
언뜻 보기에 평범한 빌딩. 하지만 닫혀 있는 셔터 위에 화려한 색채로 아기자기한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다. 셔터 위에 걸린 네온사인에는 ‘IDOLSTAGE’라 적혀 있다.
“아직 오픈 전이니까 그냥 들어갈게.”
그렇게 말하고서는 카즈네는 유리문을 열었다.
오히려 오픈 전에 들어가는 게 안되는 거 아닐까? 레이나는 그런 생각을 했지만, 카즈네는 대강 알고 있다는 듯이 안으로 들어간다.
“어라?”
레이나의 귀에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들어본 적 있는 아이돌 노래. 하지만 노래를 부르는 목소리가 다르다.
반주는 녹음된 걸 틀고 있지만, 목소리가 떠 있다고 해야 할까, 레이나는 어딘가 생생하다고 생각했다.
카즈네가 플로어 안쪽으로 말을 건다.
“후타바, 거기 있어?”
아담한 플로어에 조그마한 스테이지가 있고, 그 스테이지 옆에 DJ 유니트를 세워두고 볼륨을 소심하게 걸어놓으며 음악을 틀고 있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막 후렴부에 들어가려는 찰나, 그 여자아이는 노래를 시작하려는 입모양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 미안. 방해하고 있었구나. 사실은 부탁이 있”
“아……. 아, 아, 안돼애애애애애애!!”
후타바라 불린 여자아이는 잔득 벌개진 뺨을 식히려 두 손으로 누르고는 울먹거렸다.
“아,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건만……. 그렇게 생각했는데. 아아아아아아아……. 부끄러워.”
그런 후타바를 카즈네가 황홀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 부끄러워하는 모습도…… 귀여워♥.”
“……카즈네 쨩?”
레이나는 카즈네에게서 수상쩍은 낌새를 느꼈다.
“헛?! 그, 그게, 저 아이가 카야노 후타바야. 나하고는 한 살 어리지만 어렸을 때 친하게 지냈어.”
연한 갈색 머리에 머리는 아래쪽으로 두 갈래 묶음머리. 쳐진 눈동자에 어울리게 조심스럽고 연약해보인다.
소토칸다 문예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그 위에는 허리에 초록색 상의를 소매로 동여매고 있다. 분홍색 리본 타이를 보아하니 1학년 학생이 맞지만 몸매는 2학년 두 사람보다 자기주장을 격하게 하고 있다.
“도, 도대체 어디서부터 들은 거예요…….”
“아하하. 방금 막 왔으니까 조금밖에 못 들었어. 그런데 후타바도 스테이지에 서는 거야?”
“서서서서설마요! 저따위가 그런 염치 없는 짓을요?!”
두 손을 앞으로 내밀고 필사적으로 흔들고, 고개도 좌우로 휙휙 젓는다.
“어, 방금 연습하고 있던 거 아녔어?”
카즈네가 묻자 후타바는 쑥스럽게 시선을 떨구었다.
“오픈 하기 전에…… 잠깐 놀고 있었던 것 뿐이에요. 저같은 사람이 아이돌 스테이지에 선다니……. 우습다고나 해야 할까요……. 당치도 않아요.”
레이나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랬나? 노래 부르는 목소리 예뻤는데.”
“여여여여여역시 듣고 계셨었네요오?!”
DJ 부스에 숨듯이 쭈그리고 앉았다.
“부끄러워……. 나 죽을래…….”
“하긴, 이러는 건 여전하다니까.”
카즈네는 쭈글해진 후타바에게 다가가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어릴 때부터 아이돌 동경해 왔잖아. 집도 아이돌 전용 겐바인데 뭐가 문제라고 그러니.”
“그치만……. 사람들 앞에 나서야 하는 것도 부끄럽고……. 너무 긴장해서 움직일 수 없게 되어버리니까요.”
“그런 후타바에게 좋은 소식이 있어. 소토칸다 문예 고등학교 덴온부가 부활한다는 이야기인데.”
“그, 그게……. 어딜 봐서 좋은 소식인거죠?”
“후타바한테 딱 맞잖니. 덴온부에 들어오지 그래?”
“무무무무, 무슨 소리세요오오오?!”
뒤로 물러서려던 후타바의 팔목을 카즈네가 꽉 잡는다. 그 부드러운 촉감에 마음을 빼앗길 것 같지만, 강철 같은 정신력으로 후타바의 눈동자를 들여다본다.
“DJ를 하면 스테이지 위에서 눈에 띄지 않아도 괜찮아. 춤을 추지 않아도 되는걸.”
“그, 그런 거…… 저는 못해요. 눈에 너무 띄어요……. 아무튼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거잖아요…….”
“괜찮아! DJ 부스라 불리는 든든한 방패가 너를 지켜줄테니까! 수줍음을 잘 타는 후타바한테 아주 딱이잖니.”
“저, 전혀 숨을 곳이랄 게 없잖아요……. 스테이지에 올라가라니, 그런 거 못하겠어요.”
두 사람이 주고받는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만 있던 레이나는 이상하다는 얼굴로 물어보았다.
“왜 안된다고만 하는 거야?”
그런 레이나에게 후타바는 겁에 질린 눈길을 보냈다.
“누……구……세요?”
“아, 미안해! 나는 2학년 히다카 레이나야. 지금 같이 덴온부 해줄 사람을 찾고 있어.”
“어, 어째서…… 저한테 오신거예요?”
카즈네가 방긋 웃었다.
“내가 알고 있기로는 우리 소토칸다에서 DJ를 할 사람은 후타바밖에 안 남았거든.”
“그, 그런 거……. 오해하고 계신 거예요. 저는 그, 그런 거 할 수 있다고 말할 레벨이…….”
하지만 카즈네에게는 더이상 방법이 없다. 게다가 최근에는 소원해진 후타바와 어떻게든 접점을 만들고 싶었다.
우리 근처에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있는데도! 내버려두면 학생회장의 체면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그런 속셈을 밝은 얼굴 아래로 꽁꽁 숨기고서는 입씨름을 계속했다. 그러나 후타바는 완강했다. 나약한 주제에 의외로 고집 센 후타바에게 카즈네는 참패한 듯 한숨을 내쉰다.
“어쩔 수 없구나…….”
“드, 드디어 이해해 주시는군요……. 다행이다….”
레이나와 카즈네가 여기 온 뒤 처음으로 후타바의 안색이 밝아진다.
“승부하자.”
“흐엑?!”
“후타바와 레이나가 STACK 배틀을 해. 후타바가 이기면 질척대는 것도 그만둘게.”
“자……잠깐만 있어보세요. 저, 그거, 제가 이긴다 해도 하나도 이득 볼 게 없는 일이잖아요……. 제가 일방적으로 손해만 보는 장사인걸요…….”
“그렇지 않아. 후타바가 동아리에 들어와 주지 않으면 부원이 모이지 않아. 그렇게 되면 덴온부는 다시 리부트할 수 없어져. 그러니까 네가 이기면 레이나는 덴온부 동아리방이 날아가 버리게 되는 거고.”
이번에는 레이나가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어어?! 그러면 내가 곤란해!”
“이거 봐. 레이나는 온 청춘을 이 덴온부에 쏟고 싶어하는데 말야? 후타바가 그 꿈을 깨부수려고 하다니, 어느 쪽이 이겨도 한쪽은 아플 수밖에 없는 공정한 승부야.”
“……그거 말예요, 어느 쪽이 이겨도 카즈네 쨩만 이득이잖아요…….”
“그게 무슨 소리니?”
카즈네가 학생회장 스마일을 더한다.
삑 하고 작게 소리를 지르며 후타바가 바들바들 떨었다.
“아……아무것도…… 아녜요.”
“그래? 다행이네. 그러면 바로 시작해볼까?”
대답도 듣지 않고 카즈네는 척척 STACK 배틀 준비를 시작했다.
“으아…….”
후타바는 이 상황을 눈물 맺힌 눈으로 지켜보는 것 외에 답이 없다.
“괜찮아? 후타바 쨩.”
역시 보다 못한 레이나가 말을 걸었다.
“네, 네엡……. 아뇨. 역시 괜찮지 않네요…….”
“있지, 후타바는 DJ 하는 거 싫어?”
곧은 눈동자가 후타바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만 그 눈동자에 빠져버리고 만다.
이 얼마나 맑은 눈동자…….
너무 예쁘고 깊은 호수같아.
“시, 싫은 건…… 아녜요.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게 부끄럽고……. 저한테는 그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할 뿐, 이에요.”
“자격이라니……. DJ한테 그런 게 어디있어?”
레이나가 눈동자를 크게 떴다.
“……저, 아이돌을 좋아했어요. 어렸을 때는 순진하게 아이돌이 되고 싶다…… 같은 소리나 했는데요.”
말하면서도 후타바 스스로 의문을 가진다.
‘나 어쩌다 오늘 처음 본 사람한테 넋두리를 늘어놓고 있지? 이런 이야기 가족들한테도 한 적 없는데…….’
이런 건 자신의 수치만 드러낼 뿐. 말하면 안된다고 생각하는데도 불구하고 입이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아이돌을 알면 알아갈수록 제가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게 돼요. 저는 그렇게 반짝거리지 않아요……. 사람들 앞에서도 당당하지 못하고, 어떻게 순간적으로 재치있게 받아치지도, 사람들을 즐겁게 하거나 영향을 미친다거나…… 그런 거 저는 절대 할 수 없는걸요. 노래와 춤이라면 어떻게 할 수는 있지만 것도 누가 보고 있으면 못해요.”
“글쿠나. 후타바 쨩은 아이돌이 되고 싶었구나.”
“그래도 되고 싶은것과 될 수 있는건 달라요…….”
후타바의 눈동자에 눈물이 맺혔다.
“모두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지는 못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재능이나 적성이라 불리는 자격이 있는 거예요……. 저는 그럴 자격이 없어요. 싹수가 노래요.”
“저기 후타바 쨩. 아까는 디제잉 했었지? 그건 어떻게 한거야?”
후타바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처럼 울상을 짓고는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
“사실은……. 카즈네 쨩이 말한 대로예요. 디제잉 하는 아이돌은 분명 있는데……. 많이 움직이면서 튀지 않아도 되고……. 이런 거라면 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요……. 그치만 현실은”
“그런거야!”
몸을 쭉 내밀며 레이나가 말했다.
아주 흐뭇하게.
“……네?”
“DJ는 말이지, 누구든지 할 수 있는거야! DJ를 하는데 자격이랄 건 없어. 재능이 있어도 없어도 상관없어. 이세상 사람 누구든 어떤 사람이든 할 수 있어! 하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음악이지만 그 문은 누구한테나 열려 있어!”
레이나가 웃는 얼굴이 빛나 보인다.
아, 이 사람은 저 너머에 있는 사람이구나. 후타바는 그런 생각을 하며 슬픈 기분이 들었다. 분명 좌절도 포기도 해 본 적 없는 사람이구나.
“저는 레이나 씨랑은 달라요……. 저 분명 DJ도 못할 걸요…….”
“후타바 쨩은 플레이어에 달린 재생 버튼 누를 수 있지?”
“그, 그 정도는…… 할 수 있는데요.”
“그럼 할 수 있는거야. 재생 버튼을 누르기만 하는 것밖에 없잖아.”
“하지만 기술도 필요하잖아요! 게다가 저는 긴장이 많아서…… 제대로 노래를 잇는 것조차도…….”
“그건 ‘잘 하느냐 못 하느냐’지, ‘할 수 있냐 없냐’가 아니야.”
“…….”
뭐야?
갑자기 다리를 걷어차여 넘어진 기분이야.
하늘과 땅이 뒤집어진 것 같다.
“후타바 쨩……. 나는 사실 악기가 젬병이야.”
레이나가 갑자기 화제를 바꾸었다.
“피아노를 정말 못 쳐서 아무리 연습을 하고 또 해도 도무지 연주하는 것처럼 들리지 않아. 그러니까 가르쳐 주던 사람이 말이지, ‘너는 피아노를 치기는 힘들겠구나.’ 하지 뭐야.”
후타바가 레이나의 말을 곱씹었다.
“그건…….”
“그러니까 후타바가 어떤 기분인지 알 것 같아. 하지만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음악이 있었어.”
그게
“그게 DJ였어. 악기를 다루지 못해도 음악을 할 수 있어. 누구한테나 열려 있는 문이지만 그 안에 들어서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끝없이 넓고 깊은 세계가 열려 있어.”
“……누구한테나 열려있기만 하면…”
“그럼! 그렇게 되는 거야! 누구한테나 열려 있으니까 그 안에 들어가면 더더욱 넓은 거지. 이미 정해진 일 같은 건 없어.”
레이나가 후타바의 손을 잡고 꽉 쥔다.
“행여나 뜻대로 되지 않는다 해도 그게 절대 못한다는건 아니야. 그게 지금의 후타바 쨩으로써 할 수 있는 일이야. 그러니까”
심지 굳은 눈동자가 후타바를 바라보고 있다.
“나, 후타바가 DJ 플레이하는 거 듣고 싶어.”
“레이나 씨…….”
후타바의 눈가가 촉촉히 젖고 뺨이 붉게 물든다.
어흠, 하고 카즈네가 헛기침을 했다.
“사람을 앞에 두고 아주 깨가 쏟아지는구나?”
“어엇?!”
“흐악?! 깨, 깨가 쏟아진다뇨……?”
두 사람 모두 카즈네가 딴지를 걸자 펄쩍 뛰었다.
“정말이지……. 레이나 너는 정말 자연스럽게 사람을 후리는구나.”
“뭐, 뭐라고?! 후린다니?!”
“으아아아악. 제, 제가 시작할게욧!”
후타바는 후다닥 헤드폰을 끼고 DJ 유니트의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그 순간 스피커에서 폭음이 터져나왔다.
“죄죄죄죄죄송합니다!! 끄아아…….”
급하게 볼륨을 줄이며 두근두근 뛰는 가슴을 억누른다.
여, 역시, 긴장되네요……. 윽!
거기서부터 후타바가 플레이하는 모습은 본인 말마따나 너무했다.
카즈네의 뺨에 식은땀이 흐른다.
“소개해 놓고 이렇게 말하지만……. 이건 좀…….”
본인이 좋아하는 노래를 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아이돌 송 계열 보컬곡이다.
가뜩이나 이어가기가 힘들다. 인트로가 짧으면서 템포를 맞추기 어렵다. 컷 인으로 어떻게 이어붙여낸다 하더라도 전에 재생하던 노래가 머릿속에 남아, 기분 나쁘게 소리가 섞이기만 하는 느낌이다.
가끔 그러기는커녕 아주 소리를 끊어먹어 조용해지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후타바는 양해를 구하며 힐끗 카즈네와 레이나에게 시선을 보낸다.
카즈네가 난감한 얼굴로 팔짱을 끼고 있다.
“으음……. 전에 몰래 들었을 때는 조금 더 멀쩡했던 것 같은데…….”
카즈네의 험악해진 얼굴이 후타바의 공포심에 기름을 부었다.
그리고 레이나는
“힘내~! 후타바 쨔~앙!!”
기운 터지는 목소리로 응원을 전한다. 그러니 후타바의 압박감이 한층 더 깊어진다.
후타바는 긴장을 너무 한 끝에 정신줄을 놓아버렸다.
‘아. 이젠……. 안돼……. 한계를 넘어섰어.’
정신이 아찔하다.
덜컥. 전신에 힘이 빠져 고개를 떨구었다.
“……후타바 쨩?!”
레이나와 카즈네가 후타바를 살피러 달려가던 바로 그때
이★예에에에에에에에에에♥!!
후타바가 마이크를 한 손에 쥐고는 방방 뛰어오른다.
두 사람에게 윙크를 보낸다. 완벽한 아이돌 스마일을 덧붙이며.
““?!?!?!?!?!””
레이나와 카즈네가 잠시 생각하는 것을 멈추었다.
“오늘 내 스테이지에 찾아와줘서 고마워엇! 카즈네랑 레이나를 위해서, 나 힘낼꼬야! 노래할꼬야! 이제 간다아!!”
다른 사람처럼 빠른 손놀림으로 DJ 유니트를 조작한다. 이어서 거침없는 컷 인.
다음 노래 인트로가 시작되었다.
메이크업에 담아내고
앱에 담아내고
시공을 왜곡해서 준비 오케이★
이상하게 템포가 빠른 전파곡.
흥얼흥얼 노래하고 상반신만 움직이지만 착착 맞아떨어지는 안무를 소화하는 후타바를 보며 두 사람은 멍하니 서 있다.
카즈네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혼잣말이 튀어나온다.
“……누구야?”
어느새 아래로 묶은 후타바의 양갈래 머리가 위로 올라가 있고, 별 모양 액세서리도 불어났다.
그리고 훌훌 털어낸 것처럼 텐션 높게 웃는 얼굴. 눈동자에는 별이 반짝이는 것 같다.
“후타바 쨩이야…….”
“뭐?”
카즈네가 레이나로 시선을 돌렸다. 레이나의 옆모습은 아주 즐거워 보여, 그 눈동자는 스테이지에 올라가 있는 후타바에 고정되어 있다.
“이게 진짜 후타바 쨩이야……. 굉장하다. 굉장해!! 후타바 쨔앙!!”
레이나의 육성 응원에 후타바는 마음에서 우러난 기쁜 얼굴로 대답한다.
“아아아아악! 레알진심 최고!! 두 사람 목소리를 더욱 높여주세요.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사랑도 잔뜩 주세요!!”
“아……. 귀여워♥”
카즈네도 핸드폰을 꺼내 녹화를 시작하며 팔을 흔들었다.
“멋져~엇! 후타바~앗!!”
“후타바 쨔아아아아아앙!!”
둘의 성원과 흥분이 들어가자, 후타바의 텐션도 끝없이 치솟았다.
…우워어어어어어
qawsedrftgyhujikolp!!!
너무 흥분해서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어.
이젠 인간의 언어가 아닌 게 나오는데.
그치만, 이러니까 좋다.
최고로 신바람이 들어간 후타바의 스테이지가 막을 내렸다.
32점. 이것이 후타바의 약식 STACK 배틀 앱에서 내린 점수다.
확실히 대단한 스테이지였다. DJ와 아이돌을 하이브리드했다 불릴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DJ 플레이로만 평가하자면 어렵다. 구질구질한 플레이로 네 곡 정도 틀어놓은 곡. 거기에 흐름에도 벗어나 있던 만큼 DJ 플레이라 부르기보다 단순히 노래를 부른 걸로만 해석을 한 것 같다.
한편 레이나의 점수는 58점.
결과: 후타바가 덴온부를 가입하기로 결정
“레이나한테 ID 태그를 발급해줘야겠어. 여태껏 Iris에 로그인할 수도 없으니.”
그런 이유로, 세 사람은 아키바하라 역 쇼와 거리에 있는 악기점에 찾아왔다. 그리고 학생증과 생체 데이터를 등록. 바로 ID가 발급되었다.
레이나는 작은 금속 조각을 보물처럼 손바닥에 올려 놓았다.
“우와~. 이게 내 ID 태그구나……. 이제 더이상 카즈네 쨩 거 안 빌려도 괜찮게 되었어!”
“그렇네. 아기새를 떠나보낸 어미 새의 심정인걸.”
하며 농담하듯이 웃는다.
“그럼 어디 가서 가볍게 축하를 할까요?”
“우~왕! 찬성……어라?”
“무슨 일이야?”
레이나는 입구 근처에 알록달록 줄지어 있는 끈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러 색을 엮어 만드는 팔찌, 매듭팔찌였다.
“아, 저건 매듭팔찌야. 나는 어째선지 덴온부인데도 안 하고 있는데, 매듭팔찌에 ID 태그를 달고 손목에 감아 서로 알아볼 수 있게 해놓는게 덴온부끼리 정해놓은 약속이야. 손목에 감아놓고 있으면 ‘나는 덴온부요~’하면서 자기 주장을 하는 느낌으로. 여러 색을 섞어서 자기 개성을 드러내기도 하고 말이지.”
“아하~ 그렇구나. 너무 예쁘다…….”
“아. 정말이네요. 이거 뭔가 레이나 씨한테 어울려요.”
후타바가 오렌지색을 중심으로 디자인한 매듭팔찌를 집어온다.
“카즈네 쨩은 무슨 색으로…….”
“응? 나는 괜찮아. 하고 다니면 너무 진심인 것 같아서 좀.”
“이잉~? 모처럼 왔으니까 다 같이 만들자. 모양은 다 같이 세트로 맞추고 서로 색깔만 다르게 해서……. 이러면 굉장히 덴온부같아 보이지 않을까?”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후타바가 흥미가 생겨 물어본다.
“왜냐하면 모두 다 DJ니까 모양은 똑같이. 셋이서 한 세트로 차고 다니면 친구라거나 동료같아 보이니까! 하지만 색은 삼인삼색 전부 다르게 하는거야. 모두 좋아하는 노래나 플레이스타일이 다른 것처럼.”
“이런이런……. 어쩔 수 없네.”
주변에서 떠미는 분위기에 카즈네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입가에 감도는 웃음을 숨기진 못하는 모양이다.
후타바도 수줍게 매듭 팔찌에 손을 뻗었다.
“저, 저기……. 저는 이런 게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는데요……. 두 분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봐도 괜찮을까요?”
“응! 당근이지!”
“초록색이네……. 후타바한테는 조금 더 황록색 쪽이 어울리지 않을까?”
“카즈네 쨩은 역시 파랑?”
“아. 그거 좋겠는데. 흰색도 어울릴 것 같고…….”
세 사람은 때때로 환호성을 지르며 잠시동안 즐겁게 매듭팔찌를 고르고 있었다.
레이나는 주황색과 초록색, 노랑 조합.
카즈네는 파랑과 흰색.
후타바는 연두색과 분홍색.
계산을 마치고 그 자리에서 바로 손목에 감았다.
“와~. 셋이서 한 세트다~.”
“그러게요……. 왠지 조금 쑥스럽네요.”
“그러면 덴온부 결성을 기념하기 위해서 주오 거리 노래방이라도 들러 보자. 후타바가 하던 콘서트도 계속 듣고 싶은데 말이지.”
“네? 뭐예요. 콘서트라뇨?”
후타바의 얼굴에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쓰여 있었다.
“뭐야뭐야~. 그렇게 엄청난 노래를 불렀으면서.”
“노래요? 제가 노래를요?”
“응! 굉장했어!!”
“나도 깜짝 놀랐어. 설마 후타바가 그런 힘을 숨기고 있었다니……. 내가 이 두 눈으로 봐도 믿을 수가 없었거든!”
“……?”
정말로 무슨 말인지 모르는 눈치였다.
뭔가 이상하다.
디제잉 하다가 중간에 전파송을 부르며 무대를 찢어 놓았다 말해도
“둘 다, 저 놀리는 거예요……? 제가 그럴 리 없잖아요.”
“진심으로 하는 말 같아…….”
“음……. 카즈네 쨩. 증거를 보여주면 되지 않을까?”
그 자리에서 카즈네는 핸드폰으로 녹화한 영상을 보여주었다.
“…….”
후타바는 선 채로 기절했다.
노래방에서 디저트를 주문하고 수다를 떨었다.
노래방 구석에서 벽을 마주보고 쭈그려 앉아 있는 후타바를 어떻게든 달래기 위해 다 함께 부르자며 셋이서 애니송을 불렀다.
그러자 비로소 후타바는 정신을 차렸다.
“저……하, 나도…… 기억이 안나, 요.”
선뜻 믿기 어려웠지만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그, 그래도. 진짜로 귀여웠다고.”
“……살아 있어서 죄송합니다.”
“잠깐만 잠깐만! 후타바!”
“어떻게 하면…… 편안하게 숨을 거둘 수 있을까요.”
“아, 아직 마실 게 부족한 거 아냐?! 레이나, 칵테일 더 주문해! 그리고 달다구리도!!”
“옛써!”
레이나가 소파를 펄쩍 뛰어넘어 벽에 걸린 수화기를 들어 귀에 댄다.
“복숭아 아이스 티랑 피나 콜라다, 카시스 오렌지 해서 다 논알콜로 주시고요. 거기에 파르페 세 개도요! 초코맛 딸기맛 인절미맛으로요!!”
격납고에서 브릿지에 보고를 넣는 정비원의 심정으로.
후타바가 헛소리를 할 때마다 처방을 늘렸다.
그리고는 기분이 몇 차례 놀이기구마냥 오르내리더니 서서히 정상적인 정신상태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이제 조금 안정이 되는 것 같아요. 폐를 끼쳐서…… 죄송합니다. 진짜로.”
“괘, 괜찮아. 저기, 언제든지 연락하렴. 한밤중에 연락해도 괜찮아.”
“나도 언제든 달려갈거니까!”
“감사합니다……. 그래도 괜찮아요. 잠깐 쇼크를 받은 것밖에 안되는걸요……. 덴온부도 제대로 계속할거니까요.”
“그렇구나……. 다행이다~.”
레이나는 휴 하고 한숨을 내쉬고 나서,
“아, 그래도, 무리하진 마.”
하며 걱정스럽게 덧붙였다.
“네. 저…… 레이나 씨. 하나 물어볼 게 있는데요.”
“뭔데?”
딸기 파르페 생크림을 입가에 잔뜩 묻힌 채로 레이나가 대답했다.
“레이나 씨는 어쩌다 그렇게 덴온부를 고집하게 되셨나요?”
“응?”
인절미맛 파르페를 깨작대던 카즈네가 끼어들었다.
“좋으니까 그런 거 아니겠어?”
“네에……. 그건 저도 알고 있는데요……. 어떻게 하면 그렇게 힘을 내실 수 있나 해서요.”
후타바는 거의 다 비운 초콜릿 파르페 바닥을 스푼으로 휘적휘적 저으며 말했다.
“저도 아이돌이라거나, 스테이지 위에서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좋아하고 동경하기는 한데요. 그런데도…… 그 마음은 곧바로 꺾여 버리거든요……. 어떻게 하면 레이나 씨처럼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가갈 수 있을까요. 그런 걸 물어보고 싶었는데요…….”
레이나는 파르페를 먹다 말고 테이블에 놓았다.
반쯤 남은 파르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레이나?”
그 모습을 지켜보다 의아해진 카즈네가 말을 걸었다.
뭔가 깨달은 것처럼 레이나가 얼굴을 들었다.
그 눈동자는 저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내가 음악을 계속 할 수 있는건 DJ밖에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