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바 5
짝, 짝, 양손을 마주치며 참배한다.
“소토칸다 문예 고등학교 덴온부, 첫 파티 성공하게 해주세요!!”
“레이나 잠깐만, 그걸 입 밖으로 내지는 마. 부끄러워.”
“제발 저한테 뭐가 씌지 않기를…….”
“……후타바.”
여기는 아키바 에어리어에 있는 신사.
덴온부 활동 재개와 덴온부가 주최하는 첫 파티가 성공하기를 기원하러 세 사람이 신사에 참배하러 온 것이다.
경내에 줄 지어 있는 애니 캐릭터 걸개그림을 바라보며, 레이나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덴온부도 신사랑 컬래버 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하지만 카즈네는 애매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컬래버라니……. 디제잉으로 공양이라도 드릴 셈이야? 일어나긴 힘들지, 그런 일. 그치 후타바?”
“그것보다도요……. 눈앞에 닥친 파티를 생각하니 속이 쓰려서…….”
안색이 창백한 후타바를 보며 레이나가 해바라기처럼 웃었다.
“괜찮아! 아직 며칠 남아 있으니까. 연습하면 어떻게든 잘 될거야.”
“그, 그렇죠……. 레이나 씨가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그런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편해졌어요!”
불끈 쥔 주먹을 가슴 앞에 들어 작은 승리의 포즈를 취한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걸 듣는 카즈네는 저도 모르게 황홀한 얼굴.
아아. 두 사람 다 고귀하다……♥ 그치만 그러면 안돼 후타바. 이대로 가만두면 나쁜 놈들한테 홀랑 속아 넘어갈테니까!
역시 내가 지켜줘야만!
“얼레? 카즈네 쨩도 왠지 의욕이 솟구치는 것 같네.”
그렇게 레이나가 날카롭게 쏘아붙인다.
“어?! 어어……. 여, 역시 첫 파티래서, 기합이 들어가니까 말이지?”
아방하지만 이상하게도 사람 마음속 작은 티끌까지 잘 읽어낸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가끔은 분위기를 전혀 읽지 않을 때도 있어.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레이나가 분위기를 장악해내고 만다.
“……이게 레전드 DJ 집안의 내력일까?”
“응?”
“아무것도 아니야. 일부러 여기까지 올라왔으니까 아마자케라도 한 잔 하고 가지 않을까 물어본 거였어.”
두 사람도 찬성, 참배길에 있는 오래된 가게에 들어왔다.
아마자케 뿐만 아니라 안미츠도 먹으면서, 앞으로 어떻게 할 지에 대해서 의논했다.
“그게, 나랑 후타바 쨩은 DJ 연습을 해야겠지.”
“그치. 레이나는 기초는 탄탄해 보이긴 한데, 갑자기 현대로 뚝 떨어진 옛날 사람같아……. 최신 DJ 유니트에 어떤 기능이 있는지 잘 알아두지 않으면 안되겠지?”
카즈네는 문득 생각나 말을 덧붙였다.
“그 전에 동아리방도 어떻게 좀 해야겠어.”
“그렇죠. 지금은 플로어도 헛간처럼 너저분하고 말예요.”
“카즈네 쨩이 들고 온 아케이드 기체가 차지하는 지분이 크지만……”
“……으.”
카즈네는 할 말이 없어졌다.
“그, 그런 건 우리 아버지랑 의논하고 올게. 다른 장소를 마련하거나 오락실에 기계 배치를 바꾸는 쪽으로 어떻게든 해볼 테니까.”
그로부터 며칠동안 레이나는 후타바에게서 DJ 유니트를 사용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 집중하고, 카즈네는 게임 기체를 둘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 덕분에 기체를 옮겨둘 곳의 윤곽이 잡혔다. 하지만 동아리방에서 꺼내고 청소한 뒤, 파티 공지를 올리는 등 아직 할 일이 많다.
“일손이 모자라네.”
쉬는시간마다 카즈네가 훌쩍 레이나가 있는 교실로 찾아온다. 갑작스럽게 학생회장이 찾아오자, 레이나의 반이 술렁였다.
최근 학생회장이 각 동아리를 돌아다니며 압수수색을 했다는 소문이 학교에 일파만파 퍼졌다. 혹시, 레이나가 무슨 잘못을 저지른 걸까? 그렇게 무서우면서도 재미있어 보이는 눈치로 귀를 쫑긋 세웠다.
“음……. 학교의 어둠을 지배하는 카즈네 쨩 학생회장님 파워로도 어떻게 안될 것 같은걸.”
“야.”
이미지를 완전 말아먹어버렸네. 카즈네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럼그럼 직권 남용을 할 수는 없으니. 안 그래도 최근에는 이상한 소문이 도는데……. 덴온부에 관해서는 우리들이 직접 발로 뛰어야지.”
“응. 우리 힘으로 어떻게든 해내보자! 빨리 소토칸다 덴온부 주최 파티 열고싶으니까 열심히 해야지!”
“저기…….”
멀찍이 지켜보고 있던 반 친구가 슬금슬금 다가온다.
“스쳐 지나가면서 들었는데요……. 저희 학교에 덴온부가 다시 생기는 건가요?”
레이나가 전학 온 그날, 제일 먼저 말을 걸어준 친구들이다.
카즈네가 학생회장 페이스로 말을 했다.
“응. 소토칸다도 음악에 힘을 쓸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했어. 학교 네임 밸류도 높이고 싶고, 이렇게 해서 입학하고 싶다는 사람들도 늘리고 싶은걸. 그러려면 인기 있는 덴온부가 제일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
반 친구들은 ‘우와’하고 소리를 지르며 손뼉을 쳤다.
“저희는 댄스 동아리예요!”
“덴온부가 다시 활동한다니 너무 기뻐요. 저희가 도울 게 있으면 뭐든 말씀해 주세요!”
엉겁결에 카즈네와 레이나는 얼굴을 마주보았다.
“도와준다니 기쁘긴 한데……. 어째서?”
댄스 동아리 부원이 씨익 웃는다.
“그야. 학교에서 춤을 마음껏 출 수 있다니 얼마나 기쁘겠냐고요!”
“우리 발표회에서는 별로 와 주는 사람이 없는데, 그래도 덴온부가 플레이하는 플로어에서 한다 하면 어떻게든 어필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렇구나. 그렇다면 좀 도와줄래?”
“기꺼이 돕죠!”
레이나는 반 친구들의 손을 잡고 위아래로 붕붕 흔들었다.
“모두모두 고마워! 나 정말 기뻐!!”
“설마 레이나가 정말 덴온부를 하까 싶었는데 진짜로 다시 살려놓을 줄이야. 할 수 있는 일이면 뭐든 도울 테니까 무엇이든 말해줘!”
댄스 동아리와 들떠 있는 레이나에게 또 다른 학생이 말을 걸어왔다.
“그렇다면 요리 동아리도 올라타야겠네.”
“요리 동아리?”
어리둥절하던 레이나에게 요리 동아리 부원이 윙크했다.
“파티를 하는데 마실 거랑 간식이 빠지면 안되잖아? 바 카운터는 우리 동아리에 맡겨주지 않을래?”
레이나가 한층 더 밝게 웃는다.
“있지, 카즈네 쨩! 좋은 생각같지?!”
카즈네도 웃는 얼굴로 대답한다.
“그렇네. 그러면 좀 부탁할게.”
요리 동아리 부원은 ‘좋았어!’하고는 승리 포즈를 취했다.
“그러면 내일 메뉴 기획안을 만들어올게!”
“힘쓰는 일은 댄스 동아리에 맡겨주세요!”
이렇게 해서 소토칸다 문예 고등학교 덴온부 주최 파티는 다른 동아리와 엮이며 마침내 당일을 맞이하였다.
그날, 진구마에 산도 학원 학생 미나카미 히나는 혼자서 아키바를 걷고 있었다.
아키바에서 개최 중인 일러스트레이터 전시회에 히나도 참여하고 있었다. 초대권을 세 장이나 받았으니 낭비하는 것도 아까우니까. 그래서 일부러 하라주쿠에서 찾아온 것이다.
‘그건 그렇고 왜 세 장이나 주는 겁니까. 이러면 처치 곤란합니다.’
히나는 초대권을 세 장이나 받아도 줄 친구가 없다. 진구마에 덴온부 멤버들은 분명 일러스트 전시회 같은 곳엔 흥미따위 없겠지.
그리고 미미토를 데려오면 큰일이 벌어지고 만다. 반드시 눈에 쌍심지를 켜고 말테야. 아키바는 원래 히나가 홈으로 지내야 했을 장소였다. 하지만 이제는 완전히 원정 경기다. 여기에서 신상이 퍼지는건 피하고 싶어.
히나는 커다란 마스크로 얼굴 아래쪽 절반을 가리고 있다. 행여나 아는 사람과 마주치더라도 들키지 않기 위해서다.
‘대충 다 보았으니까…… 돌아가 볼까요.’
아키하바라 역을 향해 주오 거리를 걷기 시작했을 때, 네거리 모퉁이에 선 입간판이 눈에 띄었다.
“소토칸다 문예 고등학교 덴온부……?”
네? 아키바에는 덴온부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뭐 아무렴 어떻습니까. 모처럼 찾아 왔으니 한번 들여다볼까요. 클럽 플로어라면 어두우니까 아무도 저를 못 알아볼테지요. 거기다 무료 입장이라네요.
무료 입장이라 적힌 간판에 이끌려 덴온부 동아리방으로 들어가니, 안에는 의외로 사람이 있었다. 아마 다 소토칸다 학생들이겠지.
바 카운터가 있어서 제대로 음료나 식사를 제공하고 있는 것 같다.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학생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 지하로 향하는 계단을 내려간다.
내려가니 예상치도 못하게 학생들이 많이 있었다.
왜 이렇게 잘 나가는 겁니까? 저희들이 하는 파티는 썰렁한데요.
방금 막 만들어진 덴온부를 여유롭게 내려다 보고 싶었던 히나에게 이런 상황은 재미없다.
거기다 학생들은 모두 즐겁게 춤을 추고 있다. 개중에는 이상하게 짜릿짜릿한 춤을 추는 무리도 있는데, 뭐 하는 사람들일까.
그리고 DJ 부스에서 달리고 있는 여자아이도 굉장히 즐거워 보인다. 최고로 밝은 얼굴이 플로어를 밝힌다. 그 순간, 약간 브레이크를 걸더니 분위기를 끝내주게 달궈 버리는 드랍.
순식간에 플로어를 뜨겁게 만들어버린다.
“……흥.”
오렌지색 점퍼를 입은 그 DJ를 등지고 히나는 계단을 돌아 올라간다.
……막 만들어진 것 치고는 굉장히 잘 하는데요. 얕볼 수가 없네요.
밖으로 나와 아키하바라 역을 향해 걷기 시작하자, 문득 떠올랐다.
맞다, 미미토에게 알려줘야겠네요.
안중에도 없었던 아키바 덴온부니까요. 우리 진구마에보다 손님이 많이 들어차 있어서 굉장한 분위기였다 하면, 분명 눈물을 머금고는 발을 동동 구르며 분해 죽으려 하겠죠.
“후훗.”
그 모습을 떠올리던 히나의 얼굴에 살짝 웃음이 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