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나는 가게를 보면서 프라모델을 만들고 있다. 다 만들고 나서 매장에 전시할 생각이라 취미와 실리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셈이다.

부품은 이미 도색을 마쳤다. 그것도 꽤나 퀄리티 높은 도장을 입혀 놓아서 얼핏 보면 금속으로 만들었다고 오해를 살 정도다.

거기에 식별 마크나 메인터넌스 해치까지 디테일을 챙겨 놓았다. 가게 창고에서 가만히 묵혀둔 40년 전 생산된 악성 재고에서 분명히 크게 발전한 것 같다.

무엇보다도 옛날 모델을 수집하는 마니아들도 많고 프리미엄도 잔뜩 붙어 있어서, 오히려 옛날 제품 가격이 훨씬 비싸다.

“돈으로 이어진 관계라…….”

그 일이 있고 나서, 레이나는 아키에게 들은 말을 고민하고 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기쁨까지 돈으로 계산할 수 있는 이익이라 생각한다면, 확실히 이해 관계에서 자유로운 관계는 떠오르지 않는다.

생각나는 게 단 하나 있다면, 언니인 미츠키.

그래서 더이상 이어지지 못하는 걸까.

“하아아아아아~~~…….”

영혼을 토해낼 정도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디제잉 연습이라도 하면 기분이 나아질 것 같았지만, 이번에는 ‘줏대가 없다.’는 지적을 받게 될까봐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 가장 사랑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예를 들어 그 중에서 첫번째를 정해버린다면, 다른 음악은 쳐다봐서도 안 되는걸까? 다른 모든 음악은 적이 되어버리는 걸까?

“그런건……. 어딘가 좀 싫은걸…….”


레이나는 거래처에서 돌아온 레이아와 카운터를 교대하고는, 근처에 있는 오락실 ‘파드라우트’로 향했다. 여기는 카즈네의 부모님께서 운영하는 가게다.

“전에 했던 이야기 말야……. 나도 명확하게 대답할 수 없었던 걸까.”

마침 리듬게임을 하던 카즈네에게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하지만 카즈네도 난처하게 말끝을 흐릴 뿐이었다.

“그래도 말이지, 엄청 깊이 생각할 필요는 없지 않아?”

“그런 걸까…….”

“그럼.”

신기록을 찍은 카즈네는 게임 화면에서 눈을 뗐다.

“아무튼 상대는 시로카네 집안 아가씨라고? 우리들 같은 서민과 금수저들은 사는 세계부터가 다르잖아. 발상이며 상식이며 가치관까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어.”

뭐, 그래서 더 재미있지만, 그렇게 덧붙이며 카즈네는 웃었다.

“레이나가 솔직한 사람이라서 고민하고 있는 것도 알고 있지만, 그런 생각에 마냥 잠겨있는 것도 좋지 않다고 생각해. 그보다도 미나토 시로카네와 배틀을 앞두고 있으니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응……. 그치. 다시 생각해보니 카즈네 쨩 말이 맞는 것 같아. 아자부 사람들은 전부 다 부자고 구름 위에 사는 사람같은걸. 우리같은 보통 사람이 있을 리가”

있었다.

레이나의 머릿속에 한 사람이 떠올랐다.

“이제 지금부터 연습하……. 어?! 레이나 어디 가!”

레이나는 바닥을 박차고 뛰쳐나가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파드라우트를 뛰쳐 나갔다.


“또 오셨습니까…….”

가게에 들어온 레이나를 본 타마는 대놓고 싫은 표정을 지었다.

아직 오늘 영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다른 손님도 없다. 이대로는 마주보며 말동무나 해 줘야 할 노릇이다.

어떻게 쫓아낼까 궁리하는 타마에게 레이나가 먼저 말을 꺼냈다.

“타마 쨩한테 꼭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손님이 아니면 사절입니다. 놀리려고 온 거면 이만 가 보시지 말입니다.”

“아, 그럼 뭐라도 주문해야겠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레이나는 여기가 롯폰기에 있는 바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분명 가격이 비쌀걸, 각오하고 메뉴판을 확인해보니,

“어? 물가가 아키바랑 별반 다르지 않네.”

휴, 하고 한숨을 내쉬고는 오렌지 주스를 주문했다.

“저희 가게는 가격을 양심적으로 매깁니다. 롯폰기에도 서민은 있지 말입니다. 그 사람들이 머물 곳도 필요하지 않겠습니까마는……. 그런 방침이 있는 이런 가게를 계속 굴리는 건 호구 짓입니다. 그래서 서민들과는 더는 엮이고 싶지 않습니다.”

“다행이다~. 역시 타마 쨩은 서민이었네!”

“무슨 실례될 소리를 그렇게 하시는 겁니까!! 타마는 이런 궁핍한 생활에서 벗어났지 말입니다! 지금은 셀럽 반열에 올라섰지 말압니다!!”

털을 바짝 세우며 화내는 타마를 레이나가 필사적으로 달랬다.

“저번에 아키 씨한테서 여러가지 질문을 들었는데……. 나 하나도 제대로 대답할 수가 없었거든. 그러니까 타마 쨩은 어떻게 생각했는지 한번 들려줘. 부탁할게!!”

“아, 돈줄이 끊어지면 연줄도 끊어진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당연한 소리 아니겠습니까.”

타마가 카운터에 오렌지 주스를 놓자 그 앞자리에 레이나가 앉는다.

“그건……. 아자부에서 DJ를 일처럼 하고 있으니 하는 말이야?”

“그렇습죠. 사실은 저 롯폰기 에어리어 사람이지 말입니다. 그래도 묵을 곳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개런티만 좋으면 말입니다.”

“그렇구나……. 그러면 다른 에어리어에서 더 높은 개런티로 접근하면 타마 쨩은 그쪽으로 옮길 수 있단거네…….”

타마는 자기 손으로 유리잔에 얼음과 콜라를 따라넣고는 마셨다.

“……아키 님은 이 가게에 자금을 대 주셨습니다.”

“전에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지.”

“가게 문을 닫을 뻔한 적이 한번 있었습니다. 아키 님 덕분에 아직도 영업하고 있습니다.”

타마가 가게 안을 바라본다.

“없는 사람 상대로 하는 꼬질꼬질한 구석탱이 술집 같은건 지겨웠고, 망한다니까 조금 후련할 뻔 했지 말입니다…….”

가게 안을 바라보는 타마의 눈동자는 아주 따뜻했다. 입가에도 어렴풋이 미소가 떠올랐다.

레이나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단 사실을 눈치챈 타마는 천연덕스럽게 헛기침을 했다.

“뭐어 그렇습니다. 고양이는 사흘이 지나면 은혜도 잊어먹는다는 말을 자주 듣긴 합니다만, 반대로 말하면 사흘은 기억하고 있다는 뜻이 되지 말입니다……. 뭐어, 그 정도밖에 안되는 겁니다.”

빈정거리는 미소를 지어가며 뻥을 치고 있지만, 레이나는 저게 본심이 아닐거라 느꼈다.

아키한테 충성을 다하는 건 돈 때문이라는 사실은 틀림없다. 하지만 그것밖에 없는건 아니다.

이 가게도 돈을 벌기 위해서 영업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면 적자 투성이 가게를 계속 굴리는 건 모순이다.

분명 타마는 이곳 BABEL을 좋아하고 있다.

말로는 아니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좋아하기 때문에 경영이 힘들어도 계속 굴리고 있다.

어쩌면 모순처럼 보이지만 모순이 아니다. 여러 가지 생각이 섞여 공존하기에 사람은 살아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건 DJ도 마찬가지 아니겠어?

타마는 썰렁함을 견디기 힘들었는지 DJ 부스에 가서는 배경음악이랍시고 적당히 노래를 틀었다. 유로비트다.

“……있지. 타마 쨩은, DJ는 손님을 위해 노래를 트는 사람이니까 장르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 없다고 한 적 있었잖아?”

“뭐어, 그랬습니다.”

“그런데 그거…… 아키 님의 생각과는 다르지 않아?”

“아~…….”

타마는 모자를 벗고는 긁적긁적 머리를 긁었다.

“저는 용병 같은 사람이지 말입니다. 자세한 정책 같은 건 모릅니다, 만……. 아키님과 다른 사람들은 생각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타마는 크로스페이더를 손가락으로 튕겨내듯 대충 움직였다. 하지만 그러자 다음 곡으로 절묘하게 컷 인 되어가며 노래가 이어진다.

“셀럽도 지나치게 상류로 가 버리니 오히려 답답한 일이 많아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구나. 그치만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불쌍해. 그러니까 내 말은, 아키 씨도 긴카 씨도 엄청 잘 하니까 흠잡을 데 없을 정도로 굉장한 플레이를 할거라 생각하거든. 그래도, 둘 다 그닥 즐거워보이지가 않는달까…….”

“재미 없어보인단 말입니까?”

“그렇다기보다는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 것 같아. 소리는 저렇게나 아름답고 우아한데, 어째서인지 플레잉하는 두 사람은 어딘가 괴로워 보여……. 타마 쨩은 그렇게 생각 안 해?”

“그렇습니까.”

타마는 말끝을 흐리더니 콜라잔을 쭉 들이켰다.

“그렇지만 저는 사람이 돈으로 이어져 있다는 말에는 찬성합니다. 뭐가 어떻게 되든 돈이 없으면 말도 제대로 통하질 않습니다. 그래도 저는 자기 스타일이 어떠니, 최고의 음악이 어떠니, 하는 말은 그렇구나~ 싶지 말입니다.”

타마는 STOP 버튼을 눌러 음악을 멈추었다.

“…….”

아무 말도 없으니 어째서 무거운 분위기가 되었다.

“……있지, 타마 쨩은 어떻게 디제잉 시작했어?”

“예? 그야 어릴 때부터 그런 환경에서 지내왔으니까 그렇습니다.”

“그때 좋아한 DJ라던가 믹스 같은 건 있어?”

약간 곤란한지 얼굴을 찡그렸다.

“뭐, 아주 없지는 않습니다.”

카운터 안쪽으로 들어서더니, 술이 줄지어 놓인 선반 끝에 놓인 작고 얇은 케이스를 카운터로 올려놓는다.

“아! 카세트 테이프다!!”

“오~. 잘 알아보시네요.”

타마는 씨익 웃더니 카운터 아래에 있는 카세트 데크에 집어넣고는 재생 버튼을 눌렀다.

“카세트 데크, 아직도 있구나.”

“돈이 쪼달릴 때 다 처분해버릴까 생각했었는데요.”

가게 스피커에서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 테이프는 옛날부터 가게에 있었어서……. 누가 한 믹스인지도 모를 잡동사니 같은 물건인데요. 그래도 요녀석이 제 시작점이 되었다 할 수 있겠습니다.”

유로비트풍 디스코 사운드였다. 몇 번이나 돌려 들었겠지. 테이프가 늘어나 소리가 많이 이상해졌다, 그래도

“믹스 좋네.”

“그쵸? 게다가 다음 곡이 아주 죽여줍니다.”

타마가 설렘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그 곡으로 넘어왔다.

“아…….”

레이나의 안색을 살핀 타마는 만족하며 웃는다.

“좋죠?”

“응. 좋아.”

여태 분명 수천 번은 들었겠지. 그런데도 타마는 눈을 빛내고 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무슨 노래인지 모르겠습니다. Iris에도 안 올라가 있어 아주 속수무책입니다.”

“그치…….”

레이나는 아주 기뻐서 타마에게 웃어보엿다.

타마는 그런 웃는 얼굴을 보자 이상하게 머쓱해졌다.

“그, 그러면 네녀석은 어떻습니까? 좋아하는 곡 없습니까?”

“있어.”

나의 시작점.

“초음속 전기(戰機) 크로스 페이더 주제가!!”

타마는 엉겁결에 마시던 콜라를 뿜었다.

“뭡니까, 그 초이스…….”

그리고는 소매로 입가를 닦아내더니,

“뭐, 저도 좋아합니다만요.”

그렇게 대답하고는 웃었다.

그렇구나.

‘가장’은 아니지만 ‘좋아해’는 아주 많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