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방금 그거 어땠어?”

레이나는 헤드폰을 벗고 조정실로 향했다.

조정실에는 카즈네와 후타바, 그리고 음향과 학생이 레이나가 녹음한 보컬 트랙을 확인하고 있다.

카즈네가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었다.

“이 쯤이면 OK. 느낌이 아주 좋았어.”

레이나는 ‘휴.’ 하고 한숨을 내쉬더니, 더빙 녹음 부스에서 나와 카즈네가 있는 곳으로 갔다.

음향과 학생이 웃으며 맞이했다.

“방금 녹음한 보컬 트랙은 레이나 씨 폴더에 올려 놓았어.”

“응. 고마워! 이렇게 해서 첫 오리지널 트랙이 완성됐네. 하라주쿠와 펼칠 재시합에 늦지 않아서 다행이다.”

카즈네가 “재시합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라며 운을 뗐다.

“하라주쿠한테서 답장이 없어. 그게 마음에 걸려서 진구마에 산도 학원 학생회로 연락을 해 보았는데, 전에 배틀을 하고 난 뒤로는 덴온부가 활동을 하지 않았더래.”

“어?!”

레이나가 놀란 소리를 지르자, 후타바도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역시 그렇게 싸운 뒤로 아예 갈라섰나봐요.”

“말도 안 돼……. 우리들 때문에 이렇게 된 거지?”

겁에 질려 묻는 레이나에게 카즈네는 펄쩍 뛰며 말했다.

“아니야.”

“그래도…….”

“그건 하라주쿠의…… 진구마에 산도 학원 덴온부가 해결할 문제야. 우리 소토칸다가 참견해줄 일도 아니고, 하물며 걱정할 일도 아니야.”

“그렇……지.”

언뜻 수긍하는 대답이지만 레이나는 풀이 죽어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그 모습을 보던 카즈네는 팔짱을 끼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부터 그 세 사람은 의사소통에 여러가지 문제가 있는 것 같아 보였어.”

“……그게 무슨 말이야?”

“사실은 그 뒤로 바로 우리 소토칸다 만화 연구부와 일러스트 동아리를 돌며 조사해 봤어. 미나카미 히나가 왜 소토칸다로 오지 않았는지도 궁금했거든.”

카즈네가 전해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히나는 동업자들에게 평판이 매우 나빴다.

미나카미 히나는 거만하고 건방지다. 성과가 나왔다고 잘난척하고, 다른 일러스트레이터 지망생 아이들을 깔보고 다닌다…… 같은 이야기였다.

“그런 것 같다보니, 동업자들 중에서는 진짜 친구가 없는 것 같았어. 오히려 적 뿐이다보니 SNS에서 은근 괴롭힘을 많이 당하는 것 같아.”

“말도 안 돼……. 그렇지만 히나 쨩은 그런 식으로 미움을 당할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잖아?”

레이나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카즈네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지난번에 느낀 점이긴 한데,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란 측면에서 저 세 사람은…… 조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봐. 그러다 보니 원치 않게 오해를 받는 것 같다고 생각해.”

카즈네는 이어서 “그리고 괴롭히는 애들도 질투가 많다던가, 어딘가 비뚤어진 부분이 아주 없다고 말해줄 수는 없겠지.” 라며 안타깝게 말을 덧붙였다.

“미나카미 씨 입장에서는 아키바는 가시방석 같은 곳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런 미나카미 씨가 다른 사람들과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는것도 본업과는 관계없는 덴온부라서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렇다면 히나 쨩에게 있어서도 덴온부는 중요한 장소가 아닐까……. 그런데 어째서 그렇게.”

그 질문에는 아무도 대답할 수 없었다.

후타바가 문득 생각난 게 있는지 “그러고 보니,”하고 말문을 열었다.

“얼마 전에 미미토 씨 SNS를 찾아 보았는데요……. 굉장히 거칠어서 조금 무서웠어요.”

레이나와 카즈네도 미미토의 프로필을 열어 보니, 확실히 온갖 욕지거리로 가득차 있었다.

미미토는 저 모양이다보니 안티도 많은 것 같다. 그 안티들이 싸불하고 다니는 내용에 척수반사적으로 반격을 하다보니, 타고 있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인터넷에서 공격당하는 데 내성을 갖추거나 적당히 무시해 버리는 스킬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안되겠는걸. 이러니 너무 힘들어보여…….”

“네. 요전에 주고받은 대화들을 봐도, 분명 부원끼리 트러블이 있던 걸로 공격을 당하던 것 같아서요…….”

레이나가 SNS를 띄운 화면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냥 무시하고 넘겨버리지 못하는 건, 미미토 쨩이 소중한 걸 지켜내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까.”

“소중한 거라니?”

“어림짐작이긴 한데……, 미미토 쨩한테 있어서 그런 공격을 그냥 넘겨보내는 건 그런 주장을 본인이 인정한다는 뜻으로 생각하고 있을지도 몰라. 분명 미미토 쨩은 섬세하고 상처받기 쉬운 사람이고, 그래서 그런 글을 읽고 크게 속상했던 것 같아. 그러다보니 싸우는 게 아닐까……. 자신을 지키려고.”

음향과 학생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세 사람은 학교를 나왔다. 오늘은 각자 볼일이 있으니까 이것으로 해산.

레이나는 집으로 돌아가 녹음한 보컬 트랙을 믹싱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집 앞까지 돌아와서, 멈춰서고는 간판을 올려다 보았다.

히다카 모형점

여기는 우리 집이야.

있어야 할 사람이 없는 집.

산산히 부서진 파츠.

이어지지 않는 소리.

하지만

“……!!”

레이나는 뒤돌아 아키하바라 역으로 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