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린을 배웅하고 그 다음날.

레이나, 카즈네, 후타바 세 사람은 방에서 시험 공부를 하고 있었다.

매달 반복되는 스케줄대로 한다면 소토칸다 문예 고등학교 덴온부가 주최하는 정기 파티가 다음 주로 다가올 테고, 평상시라면 파티 준비와 연습으로 분주하겠지만, 이번 달은 특별하다.

왜냐하면 다음 주는 기말고사에 걸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기 파티는 시험이 끝난 뒤로 연기되었고, 덴온부 연습도 미뤄졌다.

“그래도 너무 길지 않게 하면 괜찮지 않을까?”라고 레이나는 개최하는 쪽으로 주장해보았지만,

“다른 학생들이 시험준비 하는 걸 방해하게 되버리잖니.”

카즈네는 학생회장다운 정론으로 레이나의 제안을 일축했다.

“게다가 레이나도 시험 점수가 위험하잖아? 낙제점을 맞으면 여름방학에 특별 커리큘럼을 받게 돼.”

“그, 그건…….”

“곤란하군요…….”

레이나와 함께 후타바도 식은땀을 흘렸다. 덴온부 활동을 하느라 후타바도 마찬가지로 중간고사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름방학 때 활동하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참아 봅시다. 나도 너희 둘을 위해서 시험 대책에 협력해줄 테니까.”

“그렇구나……. 고마워! 카즈네 쨩.”

“카즈네 쨩이 가르쳐주신다면 든든해요.”

“무슨 말이야, 그건 좀 오버지.”

라며 카즈네는 가볍게 대답했지만, 마음속은 대환희.

아아아아악! 둘 다 눈동자가 신뢰로 가득해서 귀여워! 나에게 대체 뭘 시킬 생각이야?!

그도 그럴 게, 미소녀 두 사람이 의지해 주는, 방과후 개별 지도라고?! 그렇게 예쁘게 웃으면 꼬시는 거나 마찬가지야! 보나마나 실수할 게 뻔해!

허나 막상 시작하고 보니, 사악한 생각으로 머리를 가득 채웠으면서도 카즈네가 준비한 보충수업 시간은 의외로 제대로 되어 있었다. 게다가 엄격했다.

한때는 길을 잘못 들어선 카즈네지만, 여름방학 때 바다로 합숙을 가 보겠다는 야망을 생각해 단념했다. 눈앞의 욕망보다 더 큰 야망을 겨냥한 결과다.

덕분에 일반 수업보다 몇 배나 밀도 높은 보충수업을 받았고, 레이나와 후타바는 지혜열이 날 정도로 지쳐버렸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게. 나는 이만 학생회 쪽으로 가 볼게. 동아리방 열쇠 부탁할게.”

“으음……. 아, 알았어~……. 고마워…… 카즈네 쨩…….”

“아, 집에 가서 복습 해 오기다.”

못을 박힌 레이나와 후타바는 테이블에 엎어졌다. 카즈네가 나가는 소리를 듣고 두 사람은 고개를 들었다.

“카즈네 쨩이 그렇게 엄격한 선생님이었다니…….”

“그러게요……. 실은 꽤 새디스트일지도 모르겠어요.”

“역시 즐거운 일만 있을 수는 없구나.”

쓴웃음을 짓는 레이나를 바라보며 후타바도 똑같이 웃는 얼굴로 화답한다.

“하지만, 이걸 넘기고 나면, 즐거운 일이 기다리고 있고…….”

“그치. 그렇게 생각하면서 힘 내 보자. 카즈네 쨩도 바쁜 와중에 우리한테 시간을 내 주고 있으니까!”

두 사람은 웃는 얼굴로 일어섰다.

“아, 조금만 연습하고 갈게, 후타바 쨩은 먼저 가 있어.”

“그러시나요? 그럼……. 문단속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연습 너무 많이 하시면, 카즈네 쨩이 혼낼 거예요”라고 말하며 후타바는 동아리방을 나갔다.

레이나는 후타바가 나선 문을 바라보고서 지하 댄스 플로어로 내려간다.

DJ 부스에 들어서서 DJ 유닛을 가볍게 건드렸다.

아날로그 턴테이블과 믹서가 아닌, 최신 기술이 반영된 DJ 유닛. 처음에는 사용법을 몰랐지만 이제는 몸에 많이 익숙해졌다. 거기에 여러 장르의 음악을 접하면서 스스로 경험도 많이 쌓았음을 실감한다.

그리고 뉴 레전드에서 호오 카린과 벌인 승부. 거기서 새로운 스타일을 접했다.

상대를 기쁘게 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자신의 기쁨도 소중히 여긴다. 그것은 자신의 ‘좋아한다’를 모두에게 소개한다는 것이자 자신의 취향이나 가치관을 남에게 드러내는, 조금 용기가 있는 행위. 하지만 동시에 설레기도 한다.

그것은 호오 카린과의 배틀 한 번 뿐만이 아니라, 그 이전부터 쌓아 올려 왔기에, 자신 안에서 확립되어 온 것이다.

하라주쿠에서는 신념을 관철하는 중요성을, 아자부에서는 원점의 고귀함을, 자신이 가진 가치관의 중요성을.

하지만,

아직 자신을 강하게 주장하지 못했다. ‘좋아함’를 온 힘으로 밀어내기만 한다면 쉽게 말해 이기주의가 될 수도 있다.

레이나에게 이기주의란 제멋대로 행동하며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는 것이 인상이 강하다. 그래서 어디선가 의욕이 수그러든다.

그런 이기주의를 잘 소화해낼 수 있다면.

“역시 카린 씨는 대단하구나…….”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리고는 결국 한 곡도 틀지 않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동아리방을 나서자 기울어진 햇살이 주오 거리 빌딩에 반사되고 있다. 햇빛을 등지고, 동아리방 문을 잘 닫았는지 확인한다. ID-J를 붙인 매듭팔지를 센서에 가까이 대서 자물쇠를 채웠다.

걸어서 집으로 향하던 중, 빌딩 벽면 모니터가 눈에 밟혔다.

“……카린 씨.”

자신 넘치는 표정을 지은 카린이 거대하게 비치고 있었다. 카린이 광고 모델을 맡은 기업의 광고였다.

레이나는 걸음을 멈추고 뚫어지듯이 그 광고 영상을 바라보았다.

카린에게 많은 사람의 마음이 끌린다. 세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대기업 광고에 쓰이는 것이 그 증거다. 새삼 카린의 큰 존재감을 느끼고 나면, 그런 대단한 사람과 평범하게 이야기를 하거나 STACK 배틀을 한 것이 신기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조금 자랑스럽기도 했다.

“좋아해?”

“어?”

뜬금없이 말을 걸어오길래 옆을 보니, 동갑내기 뻘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부드러운 미소를 띄고 온화한 분위기를 가진 소녀다.

“으, 응. 카린 씨는 대단한 사람이니까.”

“대단하다고?”

“응. 스스로 한 길만 걷는다고 해야할까……. 자신감이라든가, 음악에 대한 생각이라든가, 굉장히 탄탄하면서, 강하고, 어른스럽고, 아무튼 멋지고, 동경한다거나 그런 느낌인데……. 그런데도 서투른 점이 있고, 그런데 그런 것도 실력으로 뒷받침하고 있는데, DJ하면서 배틀할 때는 또 신 들린듯…….”

생각나는 대로 조금 지리멸렬하게 말을 이었다. 그 소녀도 웃는 얼굴로 듣다가 문득 고개가 기울어졌다.

“……신?”

레이나는 그만 흥분해서 말해버린 게 부끄러워졌다.

“죄, 죄송합니다! 흥분해서 그만, 당신도 카린 씨를 좋아하는 줄 알고….”

그 아이는 훗,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흥미는 있어.”

레이나는 새삼 상대를 바라보며, 이제 와서야 ‘어느 학교 사람일까?’하고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소토칸다에서는 본 적이 없다. 허리에 헤드폰을 끼고 있는 걸 보니 음악을 좋아하는 것 같다.

“게다가…… 그녀에 관해서는, 좀 안다고 생각해.”

“네? 혹시 테이온 쪽 사람인가요?”

그 소녀는 입술을 꼭 다물고 가만히 레이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

“저기……. 아, 아니었나요?”

소녀의 표정은 변하지 않는다. 즐기는 것 같기도 하고 화가 난 것 같기도 하다. 상대방의 감정이나 분위기에는 민감한 레이나지만 눈앞에 선 소녀의 마음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계속되는 침묵이 레이나에게 초조함을 불러 일으킨다.

“그, 그러니까…….”

레이나의 시선이 요동치기 시작하자, 그 소녀의 입꼬리가 터졌다.

“후후. 아쉽지만 아니야.”

느슨해진 분위기에 레이나도 안심하고 미소를 짓는다.

“그런데 아키바에도 굉장한 DJ가 있다던 것 같던데.”

“네?”

‘그런 사람이 있었나?’하고 레이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호오 카린과 대등하게 싸우고, 호오 카린에게 인정받은 DJ가 있다고 들었거든.”

레이나는 놀라서 무심코 주저앉을 뻔했다.

“아, 아니야! 대등한 건 전혀 아니었는데! 경기 끝난 뒤에는 혼나기도 했고…….”

“그런 거니?”

“응. 다들 재미있어하기만 했어. 내가 실제로 대결해보니까 잘 알겠어. 카린 씨와 나는 차이가 크다고. 점수차만 보면 그닥 크지는 않았지만, 그 작은 차이가 굉장히 크다고…… 생각해.”

그때는 조금만 더 뻗으면 손이 닿을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그 한걸음이 너무나도 멀다.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멀어지는 듯한 이상한 느낌이었다.

“그랬구나……. 그래도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 것같아.”

“어?”

“아무것도 없이 시작하면, 처음엔 성장이 빠르게 느껴지지. 점점 할 수 있는게 많아지니까 즐거워지고 성취감이 생기고. 하지만 성장하면 할수록 한걸음 더 나아가는 게 힘들어져.”

“맞아! 그런 느낌! 등이 보이는 곳까지는 갈 수 있지만 아무리 손을 뻗어도 전혀 닿을 수 없다고나 할까?”

그 소녀는 웃는 눈이 되었다.

“역시 네가 소문의 DJ구나”

“어?”

“호오 카린과 대등하게 싸워서, 인정받았단 사람이…… 너란 말이지?”

레이나는 황급히 머리와 손을 좌우로 흔들었다.

“그, 그러니까 오해야! 그런 게 아니라니까!”

당황하는 레이나를 보고, 그 소녀는 점점 더 우스운 듯이 웃었다.

“내 이름은 오가미 마토이.”

그렇게 이름을 대자, 레이나는 아직 서로의 이름조차 몰랐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 나는 레이나야. 히다카 레이나.”

마토이라 이름을 밝힌 소녀는 희미하게 웃으면서 레이나를 바라보았다.

“음……. 마토이 쨩은 어느 에어리어 사람이야?”

“어디도 아니야.”

“……?”

“나는 말이지, 에어리어에 묶이고 싶지 않아.”

대답의 의미를 레이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마토이는 레이나가 이상하다는 듯한 눈빛을 하고 있음을 알아채고서는 빌딩 사이에 낀 가늘고 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넓어. 저 하늘이 이어지는 한, 하늘 아래의 모든것이 내 에어리어야.”

“………….”

“그러면 좋겠다고 생각해.”

“? ……그렇… 구나.”

그렇게 대답했지만, 레이나는 마토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잘 알아듣지 못했다. 당황한 레이나를 보고, 마토이는 웃음지었다.

“그런데 아키바는 익숙하지 않아서 말이야, 이 근처를 좀 안내해 주지 않을래?”

“으…응. 그래!”

‘그러면 도움이 될 수 있어’. 그렇게 생각하자, 레이나의 얼굴에 기쁜 웃음꽃이 피었다.

주오 거리에 늘어선 가게를 바라보며 우에노 방면으로 걸어나가면서, 매장을 바라보던 마토이가 중얼거린다.

“캐릭터 상품이 한가득이네. 저쪽은 컴퓨터 부품 가게인가?”

“응. 아키바는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같은 서브컬쳐의 거리니까. 최신 제품만 있는 게 아니라 오래된 것도 있어. 지난 수십 년치 오타쿠 역사가 담겨 있대.”

“그건 굉장하군.”

살고 있는 에어리어를 칭찬받으니 레이나는 기분이 아주 좋아졌다. 갈수록 안내하는 말끝이 부드러워진다.

“오래된 컴퓨터나 오디오 장비를 취급한다든가……. 아, 지금은 구하기 힘든 DJ 장비같은 것도 있어.”

“수집가들이 여기에 오면 무척 신나겠는걸.”

“응. 아 맞다! 여기 붕어빵이 맛있어. 후타바 쨩이 가르쳐 줬는데.”

“후타바 쨩?”

레이나는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아, 미안. 내 친구인데, 덴온부 동료야. 맛집 같은 델 잘 알고 있어.”

“친구……. 동료… 인가.”

마토이는 훗 하고 코웃음을 쳤다.

“왜 그래?”

“아니. 내가 살게. 가이드 요금인 셈 치고.”

마토이는 허리에 감은 복대 파우치에 손을 뻗었다.

“아, 안 그래도 되는데….”

레이나는 말리려고 했지만, 마토이는 ‘괜찮아, 괜찮아’라며 붕어빵 두 개를 시켰다. 그리고 은색 동전 몇 개를 점원에게 건냈다.

“아, 마토이 쨩. 현금 쓰는구나.”

눈이 휘궁그레진 레이나에게 마토이는 쓴웃음으로 대답했다.

“현금은 꼬리가 안 잡히거든.”

“꼬리?”

고개를 갸웃거리는 레이나에게 붕어빵을 건넨다. 마토이는 붕어빵의 머리를 물었다.

“……음. 맛있네.”

“다행이다~.”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레이나도 붕어빵을 먹으면서 소토칸다 문예 고등학교로 안내했다.

“카즈네 쨩, 아직 있으려나?”

“카즈네 쨩?”

“덴온부 동료인데, 학생회장도 하고 있어.”

“오, 머리가 좋은 친구구나.”

사실은 학교 내부도 안내해주고 싶었지만, 외부인은 기본적으로 출입금지다. 아쉽지만 역 쪽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같은 길을 지나면 재미가 없으니, 주오 거리에서 좀 더 들어간 길을 걸어 돌아가기로 했다. 이곳은 주오 거리보다 더욱 딥한 가게가 늘어서 있다.

돌아오는 길에서도, 레이나는 아키바 에어리어 소개나 덴온부에 대해 이야기했다. 마토이는 레이나가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을 즐겁게 들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동아리방이 있는 거리까지 돌아와버렸다.

“고마워, 레이나. 미안하네, 갑자기 안내 같은 것도 해 주고.”

“아냐. 미안할 필요 전혀 없어. 아키바를 좋아하게 되면 기쁠 것 같아.”

“그렇구나……. 덕분에 흥미가 생겼어.”

마토이의 말에 레이나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또 놀러와! 마토이 쨩.”

마토이는 빙긋 웃더니 등을 돌리고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손을 든다.

“그럼, 레이나. 다음에 보자.”

“아…….”

갑작스런 작별에 레이나는 홀로 남겨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마토이에게 말을 건넨다.

“저기, 마토이 쨩….”

달려가려 했지만 마침 신호가 빨간색으로 바뀌었다. 자동차의 물결이 두 사람 사이를 지나고, 반대편을 봐도 더이상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마토이가 도로를 건너자 그곳에는 두 소녀가 기다리고 있었다. 마토이는 무시하듯 그냥 지나치며 골목 안으로 들어간다. 그 뒤를 두 소녀도 따라간다.

그중 한 명이 불만스럽게 소리를 내지른다.

“쫌~. 어쩌면 전철을 잘못 탈 수가 있어? 그럴 수가 있나?”

리무루는 화난 얼굴로 마토이의 등짝에 대고 불평했다.

“어째서 주오 선을 타버린걸까!”

“잘못 타 버렸으면 어쩔 수 없잖나.”

마음에 담아두는 기색도 없이 마토이는 미소를 띄며 대답한다.

역 개찰구를 지나 대합실에 들어오며 마토이는 걸음을 멈추었다.

“그래서, 뭘 타야 해?”

“이쪽이닷짜.”

또 다른 소녀, 마야는 망설임도 없이 에스컬레이터 쪽으로 걸어나가니 이번에는 그 뒤를 쫓을 차례다.

“마토이……. 역시 아키바가 신경쓰인거닷짜?”

어깨 너머로 물어온 마야에게 마토이는 고개를 저었다.

“으, 응. 아주 아닌 건 아니고, 기왕 여기까지 온 김에 아키바 덴온부를 살펴볼까 생각했어.”

“……그래서, 어땠짜?”

“레이나란 애, 아주 잘 자란 애더라. 넘쳐 흐르는 행복 속에서 자란 아이, 같은 느낌일까.”

“순진무구, 감정지와(坎井之蛙). 시시하닷짜.”

“마야는 어려운 말을 알고 있구나.”

“공지가 나왔던데, 아키바 파티는 한동안 안 한다니, 내버려둬도 괜찮지 않아?”

리무루는 핸드폰 화면을 마토이에게 보여준다. 조금 전, 망원 렌즈로 찍은 사진이 떠 있다. 이야기하고 있는 마토이와 레이나. 동아리방 문 앞에는 파티를 연기한다는 벽보가 붙어 있다. 마토이는 사진 속 레이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관심이 생겼어, 저 아이.”

“뭔 소리닷짜?”

“예쁜 것밖에 본 적 없는 눈……. 선의와 양심, 정의와 평화를 있는 그대로 믿어 온 얼굴이다……. 그런 생각이 말야.”

플랫폼에 오르니 마침 야마노테 선이 미끄러져 들어온다.

그 소음을 틈타 마토이는 중얼거렸다.

“그래서 가르쳐 주고 싶어지잖아. 이 세상의 진정한 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