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하라주쿠 에어리어의 진구마에 산도 학원에서는 덴온부가 주최하는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다케시타 거리 입구에 있는 동아리방, 지하에는 작긴 하지만 댄스 플로어가 있다. 거기서 정기적으로 열리는 무료 입장 파티다.

예전에는 바닥에 누워 뒹굴뒹굴 구를 수 있을 정도로 비어 있었지만, 지금은 춤을 추고 있으면 사람들과 부딪힐 수 있을 정도로 붐비고 있다.

하라주쿠는 패션을 배우는 학생이 많아, 모두 자신만만한 옷차림을 하고 참여하는 덕분에 그 모습은 패션 쇼의 배틀 로얄을 방불케 한다.

그런 플로어의 제일 안쪽, 스테이지 위에서 시안이 DJ 플레이를 선보이고 있다. 평소대로 아무런 표정 없이 묵묵히 곡을 틀어가고, 그 와중에 가끔 플로어를 바라보지만 꼼짝도 하지 않는다.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액션을 취하는 일은 있을 수도 없다. 하지만 파티에 자주 오는 학생들에게는 그게 시안의 스타일이라고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쿠라노 미미토는 그렇게 붐비는 플로어를 스테이지 옆에서 둘러보고는, 의기양양하게 가슴을 편다.

“좋은 손님들이네! 이것도 전부 다, 내 귀여움과 디제잉 덕분이라고!”

“어떻게 그렇게 멋대로 해석할 수 있죠.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아키바 덕분 아닌가요.”

첫 번째 브레이크는 아키바와 대전한 디제잉 공양. 호오 카린이 난입했다는 서프라이즈도 있어서 큰 화제가 된 덕분에 하라주쿠 덴온부의 존재는 학교 안에서도 인지도가 높아져 협조해 주는 학생들도 늘었다.

게다가 그 뒤로 아키바가 활약하면 하라주쿠에도 영향을 준다. 아키바는 아자부도 이기고, 뉴 레전드에서는 최강 시부야와 맞붙었다. 아쉽게도 졌지만, 그 경기 내용은 새로운 전설이라 회자되고 있다.

아키바의 평판이 높아짐에 따라, 그 전에 아키바와 열띤 싸움을 벌였던 하라주쿠의 평가도 저절로 오르고 있었다.

“미미토도 그 정도는 알고 있잖아요?”

“시끄러워! 아무렴 뭐 어때. 계기 같은 게 어떻고 간에!”

미미토는 팔짱을 끼고 흥 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아무튼 여기 온 애들을 우리가 즐겁게 해주는 거잖아! 아키바가 활약해서 계기를 만들어 줬다 해도, 이렇게 파티를 계속 할 수 있는 건 우리 실력이라고.”

“……우리?”

히나가 중얼거리자 미미토는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자, 잘못 들었어! 내 실력이라고!”

미미토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며 히나는 희미하게 웃음짓는다.

“아 예, 그러시군요. 저랑 시안 없이 미미토 혼자서도 해낼 수 있지요.”

“그……그렇게 말한 건 아닌데!”

“어머, 왜 그러세요? 왠지 불안해 보여요.”

“아, 아니거든! 하나도 안 불안한데! 아무튼 너희들은 덴온부 그만두는 거 금지야!”

“저희들한테 동아리 선택의 자유는 없는건가요.”

“없어! 히나와 시안은 덴온부 부원인거니까!”

미미토는 그렇게 딱 잘라 말하고는 새삼스레 플로어와 그 위에서 춤추는 학생들을 바라본다.

모두들 즐거워하고 있다. 입학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아무도 하라주쿠의 덴온부 따위는 상대해 주지 않았다. 동아리가 폐부될 위기도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파티를 열면 모두가 찾아와 즐겨 주고 있다.

그리고 혼자가 아니야. 히나와 시안이 있어.

이 동아리방을 지키기 위해서, 두 사람이 힘을 보태 주었다.

이 동아리방이 있으니까, 부원 세 명이 머물 곳이 있다.

세 명이 있으니까 덴온부 활동을 할 수 있다.

전부 다 이어져 있어. 모두 다 소중한 것.

그러니까

“여긴…… 내가 간신히 찾아낸, 계속 꿈꾸던 곳이니까.”

“……미미토?”

“그러니까 나는 이 장소를 꼭 지키고 말 거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또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고 싶어. 내가 믿고 있는 귀여움을…… 너희들이랑.”

“……에휴. 어쩔 수가 없군요.”

히나가 내쉬는 한숨에 어딘가 기쁨이 어려 있다. 정신이 들어 보니 어느새 음악이 끝나 있었다. 마침 시안이 플레이를 마친 타이밍이었다.

시안은 환호성에 화답하듯 한 손을 치켜들었다. 시안 치고는 보기 드문 퍼포먼스였다. 하지만 그 움직임은 느긋하고 얼굴은 무표정. 어쩐지 어색하지만, 시안 나름대로 신이 나서 그런 것일까.

“자! 이제 슬슬 피날레를 할 차례로구나!”

미미토는 그렇게 기합을 넣으면서 스테이지 위로 올라간다.

“시안, 고생 많았어! 어때? 즐거웠어?”

“……좋았어.”

자그맣게 고개를 끄덕이는 시안과 교체하고 나서, 미미토는 손목에 감은 매듭팔찌를 DJ 유닛에 태그한다. 그러자 DJ 유닛이 ID-J에 저장된 데이터를 읽어와 Iris에 접속하고, 미미토의 데이터를 다운로드한다.

세트 리스트를 불러오고, 이어폰형 헤드셋에 달린 마이크 스위치를 켠다.

“귀여움에 디제잉 실력을 더해서, 온리 원이자 넘버 원은 바로 나! 사쿠라노 미미토의 달콤하고 꿈결 같은 세상을 들어보세요!”

그리고 힘차게 플레이 버튼을 눌러, 무사히 첫번째 곡 시작.

‘다행이다. 소리가 잘 나와서…….’ 미미토가 그렇게 생각하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사소한 실수가 줄어들었다고는 해도, 깜빡 실수할 수도 있다.

거기다 지금 와서도 디제잉을 할 때는 긴장하게 된다. 너무 긴장하고 떨린 나머지 제대로 확인하지 못할 때도 종종 있다. 앞 타임에 플레이했던 히나나 시안이 설정해놓은 믹서 설정을 기본값으로 되돌리지 않은 채로 시작하는 사고도 자주 벌어진다.

프로필을 불러왔을 때 내부적으로는 리셋되어서 환경 설정이 덮어써지지만, 믹서의 하드웨어 부분까지 리셋되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 페이더나 이퀄라이저 등 노브 위치는 저절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 쪽에는 사람 손으로 이뤄지는 컨트롤을 존중하고 있을 것이다.

혹시 더 고급 DJ 유닛 모델은 그런 부분까지도 지원해 줄까?

그런거라면 실적을 더 쌓아서 동비 예산을 늘려달라고 해보자. 그러면 더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을거야. 그러고는 VJ 영상 프로젝션 시스템도 놓아 달라고 하고. 그러면 더 멋진 파티를…….

“……음?”

……저거,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