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레전드 일정이 전부 끝났다.

재미있는 이벤트로 가득찬 하루였다. 방문자들 모두 만족스러운 마음을 품고 돌아가고 있을 터이다.

그중에서도 시부야 대 아키바, 스페셜 STACK 배틀은 몇 년에 한 번 볼까말까한 뜨거운 전개였다. 그 내용은 보는 사람들 모두가 말을 아낄 수가 없을 정도라, 곧바도 인터넷에서 감상이 격렬하게 터져 나오고 있었다.

여러 가지 의견과 해석으로 갈리고 있지만, 그 중에서 각 DJ가 지닌 개성으로 이런저런 것들을 플레이로 표현한 것이 높은 평가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는 사실은 명확해보인다.

호오 카린 vs 히다카 레이나, 라스트 배틀이 클라이맥스로 기억된다.

그 가혹하고 치열했던 최고의 배틀은 관중들의 뇌리에 깊이 새겨졌다. 앞으로 새로운 전설이 되어 전해내려질 것이다.

그 당사자들은 뉴 레전드 행사 종료 후…….

“자, 잠깐만! 우리들, 뉴 레전드 뒷풀이에 와 있어, 굉장하잖아?!”

미미토가 잔뜩 흥분해서는 연회장을 둘러보았다.

하라주쿠 세 사람은 레이나가 뒤풀이까지 초대해줬다.

국립 요요기 콜로세움 연회장은 일류 호텔급 호화로움을 자랑하고 있다. 높은 천장에 반짝반짝 빛나는 샹들리에와 보드라운 융단 위에 새하얀 식탁보를 올린 테이블이 늘어서 있었다.

벽에는 임시 조리실을 마련해 놓아, 일류 레스토랑에서 출장 나온 요리사가 솜씨를 발휘하고 있었다.

“미미토, 쪽팔리니까 그만 좀 허둥대시죠.”

“그, 그치만, 이런 곳 처음이라구! 저, 저 사람 연예인 아냐? 드라마에서 본 거 같은데.”

“오호, 정말이네요. 열애설이 뜨거나 하던 아이돌 분들이랑 당당하게 한 자리를……. 뭔가 저희들이 있을 만한 곳이 아닌 것 같아요.”

“…….”

시안은 아까부터 두 사람의 그림자 속에 숨어 심란한 표정으로 뒷계에 글을 쓰고 있다.

“ㅈㄴ 밥맛 인싸들 득시글거려 무슨 사이비 종교도 아니고. 겉으로는 선비 행세나 하고 다니는 속물 새끼들아. 우리 신사 근처에서 이런 추잡한 짓을 벌이고 다니면 천벌을 내려버릴테다.”

“……시안. 노파심에 말해 두는 건데 절대 공계로 그런 말 쓰지 마.”

“그러니까요. 셋이서 같이 공구리당한다거나 그러면 좀 싫거든요.”

“……(끄덕끄덕).”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다시 글을 써내려간다.

파티가 시작된 뒤로 하라주쿠 세 사람은 계속 연회장 구석에서 셋이서만 붙어있다.

특히 다른 사람들한테 말을 걸지도 않고, 자기네들끼리도 좀처럼 말을 주고받지 않는다. 음식을 받으러 다녀오라 해도 “정말 받으러 가도 괜찮아?”같은 소리를 하며 애매하게 피할 뿐이었다.

“……미미토. 기왕 이렇게 온 거 아무나 말 붙여보시는 건 어때요?”

“힉?! 내, 내가 왜?!”

“이런 기회 흔치 않잖아요. 자자, 부장이니까 인맥 좀 쌓으러 가봐요.”

“그, 그렇게 힘든걸 날더러 어떻게 하라구…….”

“하라주쿠 덴온부를 위해서예요.”

“……알았어. 그럼 부장으로서 히나한테 명령이야. 적당히 아무 테이블이나 가서 아무나 친해지고 와.”

“피도 눈물도 없네요. 인류한테는 불가능한 일이라고요.”

“그러면 나한텐 왜 시킨거야?! 시안! 너가 다녀와!”

“……!!”

시안은 표정 없이 재빠르게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곳에

“자. 음식 가져왔어!”

그러더니 눈 앞 테이블에 음식을 듬뿍 담아올린 큰 그릇이 올라갔다.

“레, 레이나?!”

레이나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음식을 한 그릇 더 올려놓았다.

이어서 카즈네와 후타바가 쟁반에 음료수를 담아 왔다.

“아, 하라주쿠 친구들. 이 후미진 곳에 있었구나.”

“경황이 없어서 아무 말씀도 못 드리고 정말 죄송합니다…….”

후타바는 그렇게 말하며 미안한 웃음을 짓고는 히나에게 음료수를 건네주었다.

“아, 아뇨. 굳이 이러실 것 까지야. 이 파티 주인공 같은 거잖아요. 저희들 같은건 따로 신경 안 써 주셔도.”

레이나는 어안이 벙벙해져서 대답한다.

“응? 그치만 친구 보면 이야기 나누고 싶어지고 그러잖아.”

“……끄.”

히나는 당황하더니 입을 앙다물었다.

“미미토 쨩도, 노래 쓸 수 있게 해 줘서 고마워! 엄청 도움됐어!”

“어……. 벼, 별로…….”

미미토는 뺨을 물들이고는 이리저리 시선을 피하고만 있다. 어느새 묵묵히 음식을 먹어대는 시안이 그 시선 속으로 들어왔다.

“치, 치사하잖아 시안! 나도 배고프거든!!”

머쓱함을 숨기고 싶은지 미미토도 애피타이저에 손을 뻗는다.

그러자 고양이 귀 모자를 쓴 몸집 작은 아이가 나타났다.

“이런이런, 입니다. 정말이지 없는 사람들은 성질도 더럽습니다.”

“아! 타마 쨩!!”

아자부 에어리어 쿠로가네 타마가 깔보는 태도로 다가왔다. 조금 떨어진 곳에 시로카네 아키와 하이지마 긴카도 보였다.

“타마 쨩, 이펙터 빌려줘서 고마워! 엄청 쓰기 좋더라.”

“그렇지 말입니다. 바로 제 전용으로 아키 님께서 오더해주신 물건이지 말입니다! 대여비는 톡톡하게 받아낼 계획이지 말입니다.”

“잉……. 돈 받아낼 거야?”

“당연한 일이지 말입니다. 이 세상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

“타마.”

아키가 살짝 위협적으로 말하자, 타마의 머리털이 곤두섰다.

“네, 넵! 아키 님!”

“그렇게 궁상 떨면 안되지.”

“구, 궁상 떠는 겁니까?!”

타마는 충격을 받고는 카페트에 무릎을 꿇었다.

그 모습을 즐겁게 바라보던 긴카가 카즈네를 보며 한쪽 눈을 감았다.

“훌훌 털어낸 것 같네.”

“예……. 아마도 다른 분들이랑은 조금 다르게 접근해야 할 것 같아서요……. 어이 없게 들릴 것 같아서 말로 꺼내긴 좀 그런데요. 아무튼 덴온부를 임하는 저만의 자세를 찾은 것 같아요.”

“그래. 그럼 앞으로도 기대해보겠다.”

“긴카? 말씀을 꽤 편하게 하시네요.”

어딘지 모르게 마음에 안 든다는 기색을 띄며 아키가 끼어든다. 그 낌새를 알긴 하는건지, 긴카가 가볍게 대답한다.

“아, 오늘 점심도 같이 먹은 사이거든.”

아키의 관자놀이에 빠직, 핏줄이 떠오른다.

“중요한 런치 미팅을 깨 버리고서는……. 그래, 그런 거였군요.”

번뜩, 아키가 무서운 눈빛으로 카즈네를 붙잡는다.

“아, 아하하……. 저는 그럼 이만…….”

빨리 이 자리를 떠야 해요, 그렇게 후타바가 생각하려던 찰나

“오~옹! 이런 곳에 있었구나~!!”

타이가 루키아가 인파를 제치고 뛰어들어왔다.

“여~기! 카린, 미츠키! 여기있어~!!”

긴 소맷자락을 붕붕 흔들어대며 큰 소리로 두 사람을 불렀다.

호오 카린과 세토 미츠키가 나타나니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얼굴에 긴장감이 퍼진다.

문득 레이나와 미츠키가 눈이 마주쳤다.

무심코 미츠키는 눈길을 돌렸다. 하지만 내치려고 그런 게 아니다. 쑥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하니 그렇다.

그런 미츠키를 보며 거리낌없이, 카린이 레이나에게 말걸었다.

“야, 잠깐 나와 봐.”

“네? 아, 네.”

발걸음을 돌린 카린의 뒤를 레이나가 종종걸음으로 따라갔다.

“그런데, 어디 가세요……?”

“방해가 안 되는 곳으로.”

카린이 연회장 문을 열고는 발코니로 나간다.

“여기가 좋겠다.”

우드 데크 위에 소파와 은은한 조명을 갖춰놓아 시부야 야경을 바라보며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해 놓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없다. 카린과 레이나가 독차지해도 되는 셈이다.

카린은 소파를 그냥 지나치고는 발코니 울타리에 팔을 짚었다. 레이나는 조심스럽게 그 옆에 섰다.

“저……. 오늘 고마웠어요.”

“아. 오늘 재미있었지.”

레이나는 192.0점을 획득. 작년 카린이 세운 대회 기록을 넘어섰다.

점수가 발표되었을 때 행사장이 크게 술렁거렸다.

신기록이 새겨진 순간이었다. 기적적으로 벌어진 자이언트 킬링. 그런 마일스톤을 달성해낸 초신성이 등장할거라 많은 이들이 확신했다.

하지만 그 기록은 얼마 가지 못해 깨졌다.

호오 카린은 206.0점을 기록했다.

대회 신기록을 세우며 호오 카린이 승리를 거두었다.

레이나는 졌음에도 성취감을 느꼈다.

배틀 도중에 완전히 새로운 경지로 가는 문을 연 것 같았다.

아주 빠르게 머리가 회전하며 소리를 골라, 조합할 수 있는 선택지가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그렇게 함으로써 레이나에게 있어 완전히 새로운 플레이를 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더욱 꽉찬 소리를 낼 수 있게 된 동시에, 더욱 섬세하고 세밀한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한 번 플레이할 때 마음과 정보를 더 많이 담아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생각했던 대로 완성했다기보다 어떻게 이런 플레이를 할 수 있었걸까, 스스로 신기하게 여길 노릇이었다.

신내림을 받았다고나 할까, 뭔가 내려와서 내 안에 머물다 간 것 같은 느낌. 이제 더 이상 이런 플레이를 해낼 수 없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될 정도로.

그럼에도 닿지 못했어.

레이나는 멍하게 야경을 바라보던 카린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때,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아무리 발버둥을 쳐 봤자 닿을 수 없었던 건 아닐까……. 그런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는데, 카린이 입을 열었다.

“거봐, 역시 내 말이 맞잖아.”

“예?”

너 임마, 나한테 적 같은게 나타나줄 리 없다, 그랬지?”

“아……. 네.”

하라주쿠에서 시부야로 갈 때, 육교 위에서 이야기했다. 그때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오늘, 새로운 적이 나타났다.”

카린은 으쓱하는 얼굴로 레이나를 바라보았다.

“저……. 그치만, 카린 씨가 압승을 거뒀으니까, 제 말이 맞았던 것 같은데요…….”

“까고 있네. 내가 그런 플레이를 할 수 있던건 네 녀석이 그 자리에서 맞서 준 덕분이라고.”

“예?”

“아! 정말로 오늘 하루 최고다! 미츠키네 동생도 진국이었고, 미츠키도 오늘을 계기로 순식간에 급이 올라갔어. 루키아도 성장한 게 느껴졌고……. 그렇잖아?!”

그렇잖아?! 라고 말해봤자 레이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카린은 잔뜩 흥분해서 혼잣말을 이어갔다.

“더 재밌어졌다고! 이제 불꽃 튀는 배틀이 기다리고 있잖아. 미친 괴물같은 새끼들이랑 서로 목숨걸고 진심으로 죽일 것처럼 미친 배틀을 하는거라고!! 그렇잖아? 두근두근거리잖아?!”

그렇게 눈을 희번뜩 뜨고 말하는 카린 씨가 제일 미친 분 아니실까요, 레이나는 그렇게 속으로 생각했다.

“저, 저기, 이제 저 슬슬 다른 사람들 있는 곳으로……. 아.”

돌아보니 아키바, 하라주쿠, 아자부, 시부야 사람들이 발코니 창문에 얼굴을 대고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을 보던 카린이 표정을 구겼다.

저 자식들 뭐하냐?”

창문을 열고 미츠키가 발코니로 나왔다.

“골통 친구가 뭔가 사고를 내진 않을까 싶어서.”

“……누구 보고 꼴통이래.”

카즈네와 후타바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레이나에게 달려왔다.

“레이나, 괜찮았어?”

“어? 으, 응?”

타마는 약간 아쉬워하는 기색이었다.

“주먹다짐이 있었더라면 시부야 덴온부를 잠깐 활동 정지 먹여버릴 수 있었겠지 말입니다.”

“타마. 그런 생각을 해도 입 밖으로 내진 말도록 해.”

긴카는 그렇게 타마를 혼내는 아키를 쓴웃음을 지으며 바라보았다.

카린은 머리를 긁적대며 쑥스럽게 말했다.

“아~. 암튼 레이나, 네 녀석은 앞으로도 내 적이니까 앞으로도 제대로 붙어 보자고? 진짜로.”

레이나가 난처한 얼굴을 지었다.

“저, 저기, 적이라니요, 전 그런 거창한 게…….”

그래도 왠지 모르게 카린이 말하는 적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아마도, 그것은 카린 나름대로 상대를 인정했다는 뜻이겠지. 동료와는 다른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미워하거나 싫어하는 대상이 아니다.

따지고 보면 호의를 품고 있는 것 아닐까.

한 마디로 호적수(好敵手), 다르게 말하면 라이벌.

그래도 내가 카린 씨의 라이벌이라니, 주제 넘은 소리 아닐까.

“그, 그보다도……. 앞으로도 카린 씨한테서 배울 게 많이 있을 것 같아요. 계속해서 잘 부탁드립니다.”

깊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고개를 들고 똑바로 카린의 눈동자를 노려 보았다.

“그리고 언젠가는……. 카린 씨에 맞먹는 그날까지, 힘내 볼게요!”

레이나에게 있어 패기 넘치는 다짐을 한 셈이다.

하지만 시부야 제왕은 그닥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다. 잔뜩 떫은 얼굴로 레이나에게 다가섰다.

“언젠가가 뭐냐. 느긋한 소리 하지 마. 시간 아깝게. 퍼질러져 있으면 그냥 두고 간다.”

“어, 네에에에?!”

“역시……. 시부야 분들 너무 거침없으세요…….”

아키바 세 사람은 바들바들 떨었다.

그때 헛기침 소리가 들렸다.

“잠깐만요, 혹시 누굴 잊어버리진 않으셨나요? 호오 씨.”

“어? 이 자식은 누구야?”

“시로카네예요! 시로카네 아키! 지난 대회 결승에서 만났잖아요?!”

“아~. 만난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대충 대답하며 아키의 신경을 더욱 긁어댔다.

“크윽……. 이 굴욕, 반드시 갚아 보이겠어요! 됐어요! 긴카! 타마!!”

“아하하…….”

“알겠습니다! 타마에게 맡겨 주시지 말입니다!”

“자, 잠깐만 기다려!”

이번엔 몸집 작은 아이가 끼어들었다.

“여기 이 세상에서 제일 귀엽고 디제잉도 잘 하는 바로 나, 사쿠라노 미미토가 있는 하라주쿠도 있으니까요! 무시하지 말아요!”

미미토 뒤에서 히나와 시안이 놀라 눈을 부릅떴다.

“오……. 챌린저인가요. 잘 해 보세요 미미토.”

“……죽으면 양지 바른 곳에 묻어줄게.”

“너네들도 같이 싸우는 거거든! 그리고 함부로 죽이지 말아줄래!”

미미토가 필사적으로 뛰어나왔지만 아키와 카린은 심드렁했다.

“하라주쿠라……. 랭킹 꽤 아래쪽에 계신 분들이셨죠?”

너 임마 초딩이냐?”

“므그으 으으으으으윽!! 미미 고등학생이거든! 그리고, 아키바도 우리도 랭킹으로 따지면 비슷하잖아! 그보다도 우리 하라주쿠, 아키바를 이겨본 적도 있다고!!”

아키와 카린의 눈빛이 바뀌었다.

“어머……. 그러셨군요.”

“허어, 저 자식 좀 재미있어 보인다.”

미미토는 바들바들 떨며 히나와 시안을 끌어안았다.

“어어어어어어쩜좋아! 뭔가 째려보는 것 같아!”

“잠깐만요, 이러지 말아주실래요. 동료처럼 보이면 안되는데요.”

“동료잖아?! 부원이잖아?!”

“아뇨. 저는 싫다고 했는데 미미토가 억지로.”

“……(끄덕끄덕).”

“요 배신자 녀석들아아아아아!!”

하라주쿠만 옥신각신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저만치에서 루키아와 타마가 뭔가를 놓고 설전을 벌이는 모양이다.

“까만 고양이 같은것보다 호랑이가 더 쎄! 그니까 루키아랑 승부해!”

“농담하지 마십쇼. 저랑 싸우고 싶으시면 대전료를 들고 찾아와 주시지 말입니다. 아 거기 있는 보이! 음식 마구마구 내 오시지 말입니다!”

“루키아 것도!!”

발코니 위 평균 품격과 지능이 떡락하고 있다.

비교적 품위가 있어 보이는 긴카와 미츠키도 따로 중재할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글라스를 한 손에 들고서 구경꾼 노릇을 하고 있다.

카즈네는 얼척없는 표정으로 레이나에게 속삭였다.

“뭔가 아주 개판이네.”

후타바는 겁을 먹고 바들바들 떨고 있다.

“하으으……. 다들 지나치게 사이가 좋으세요…….”

“응. 그래도……. 왠지 즐거워.”

레이나가 진심으로 기뻐하며 웃음짓는다.

“도쿄에 와서, 덴온부에 들어와서……. 여러 사람들과 만날 수 있어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몰랐던 소리를 많이 만나볼 수 있었고…….”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거리에 있는 가로등이 너무 밝아 별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별은 그 자리에 있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인연은 눈에 보이지 않음에도 틀림없이 그 자리에 있다.

아직 보이진 않아도, 분명 앞으로 더 많은 인연을 만나겠지.

그런 인연도 분명 덴온부가 이어 줄 거야.

카즈네 쨩, 후타바 쨩, 하라주쿠 친구들과 아자부, 시부야 사람들.

그리고 언니와 다시금 이어질 수 있었던 것처럼.

“덴온부는 진짜 멋져.”

오늘 벌어진 일은 하나의 결말.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야.

우리는 이제 겨우 스타트 라인에 섰으니까.

여기서부터가 진짜 스테이지